본문 바로가기
데일리 루틴

뒤늦은 영화 밀정 감상평

by Yesitis 2016. 10. 4.


얼마전에 영화 '밀정'을 보고 왔습니다. 원래 한국 영화는 잘 보지 않는 편인데다 이런 시대극은 더더욱이 안보는 편인데, 여친이 보자고 하니 별 수 있나요. 여튼 우여곡절 끝에 밀정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부터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법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게 잘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밀정이 아쉬운 영화로 남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얘기는, 영화 후반부에 너무 축축 처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밀정을 보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감독의 전작을 제가 본 기억이 선명하게 남기 때문이죠. 전작으로는 '라스트 스탠드'와 그 유명한 '놈놈놈'이 있습니다. 이 두 영화를 저는 봤고, 나머지 작품은 제대로 본 것이 없으므로 이 두 개의 영화를 바탕으로만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뭔가 '쓸데없이 지루하다'라는 점입니다. 감독님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너무 질질 끄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놈놈놈에서 아주 뼈저리게 느꼈는데요. 제가 영화 보면서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놈놈놈 보면서 위기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라스트 스탠드라는 영화는 뭐... 주지사님이 나온다는 것 말고는 별볼일 없는 영화였다고 개인적인 평을 내리고 싶네요.


밀정도 약간 놈놈놈의 문제점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 후반에는 도대체 이렇게 질질 끌 이유가 무엇인가 싶을 정도로 진행이 안됩니다. 진행이 되어도 매우 더디고, 뭔가 장면 하나 하나가 쓸데없이 길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부분만 잘 해결했더라도 이 영화는 140분에서 120분 내로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다른 아쉬운 점은 송강호 외의 다른 인물들의 어중띠는 캐릭터입니다. 특히 공유의 캐릭터라고 해야할까... 공유라는 배우에는 문제가 없어보입니다만 그 캐릭터가 자꾸 '커피 프린스'의 공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매우 잘생기고 멋진 배우이지만 자꾸 커피프린스가 보이는 것은 그냥 기분탓일런지...


깜짝 등장한 이병헌은 충분한 인상을 남겼으니 그렇다 쳐도 나머지 배우들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영화 평 중에서 공감가는게 하나 눈에 띄어서 봤습니다. '송강호가 살린 영화'라더군요. 100% 공감은 아니어도 80% 이상은 공감가는 말이었습니다. 아, 오히려 악역을 맡은 분들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씨는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찰진 싸다구 씬은 정말이지 소름이 끼치던...^^


최근에는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아마 10월 말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문화 생활은 반 강제적으로 접어야하지 않나 싶네요. 연말에는 또 재밌고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